- 스포일러가 다량 포함되어 있습니다.-
The modern Prometheus ; Frankenstein
American Prometheus :
The Triumph and Tragedy of J. Robert Oppenheimer
신에게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 가져다 준 프로메테우스를 빗댄 두 과학자에 대한 책을 읽었다.
자연에서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법칙을 발견하여 인간에게 가져다주는 과학자의 모습은 신이라는 대자연에서 불을 가져다준 프로메테우스와 정말 잘 어울린다.
How strange, I thought, that the same cause should produce such opposite effects! - Frankenstein 중에서
문제는 프로메테우스가 하필 훔쳐온 것이 불이라는 것이다. 커다란 양날의 칼과 같아서 잘 다룬다면 인간에게 어마어마한 선물이 되겠지만, 오용하면 통제하기 어렵고,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는 불.. 이 양날의 모습이 점점 과학을 기술로 변화시키는 능력이 커진 요즈음 점점 큰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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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프랑켄슈타인과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닮은 구석도 많고 다른 점도 많다. 그래서 나는 프랑켄슈타인을 읽으며 이해가 가지 않았던 빅터의 행동들이 오펜하이머 평전을 읽으면서 많이 이해가 되었다. 이 글에서 나는 프랑켄슈타인과 오펜하이머를 비교해보면서 빅터 프랑켄슈타인에게서 이해되지 않았던 면모들을 좀 더 이해해보고,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현대의 과학과 기술에 대해 그 둘의 행보의 차이를 토대로 나만의 생각을 써보고자 한다.
< 프랑켄슈타인과 오펜하이머의 공통점 >
1. 둘 다 독일식 성을 가졌지만 독일어권이 아닌 나라에서 성공한 집안의 장남이다. (오펜하이머 : 미국 뉴욕 부유한 유태인가문, 프랑켄슈타인 : 제네바 명문가)
2. 부모님이 사이가 매우 좋았고, 남동생과 나이차이가 많아 오랫동안 외아들로 자란다. (오펜하이머 : 8살차이, 프랑켄슈타인 : 7살차이)
3. 천재적이었고, 집에서 혼자 책을 많이 읽으며 공부하는 아이로 자라서 친구가 많이 없는 성장기를 보낸다
4. 둘 다 독일에서 공부한 시절 큰 성과를 이루어낸다.
5. 둘 다 사람들에게 우아하고 멋지다고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6. 종종 자신이 좋아하는 대자연 속으로 들어가서 회복을 하고 돌아온다. (오펜하이머 : 뉴멕시코 목장, 프랑켄슈타인 : 알프스)
<프랑켄슈타인과 오펜하이머의 차이점>
두 사람은 대학 생활부터 삶의 차이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오펜하이머는 하버드 재학시절 뉴멕시코의 농장을 여행하며 대자연의 품에서 자유를 느끼고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면서 사회성을 키워나간다. 비록 그 후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감정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고, 미워하는 교수님의 사과에 독을 바르는 등의 기행을 저지르기도 하였지만, 독일에서 이론 물리학자가 되며 유명한 과학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더 사회화되고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줄 알게된다. 이후 미국에 돌아와서 맨하탄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부터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과학자들을 섬세하게 배려하고 통솔해나가는 행정가로서의 모습도 보여준다. 그가 처음부터 타고난 행정가는 아니었고, 몇 달 동안 일을 준비하는 과정동안 스스로를 단련한 결과 모든 사람들이 높이 평가하는 리더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물리학을 가장 사랑했지만, 예술, 문학, 종교, 언어, 철학등의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탐구해나갔다. 그와 대화를 할때면 어느 분야의 사람이든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으며 산스크리트어를 독학하여 번역을 하였다고 한다.
반면 프랑켄슈타인은 잉골슈타트 대학에 들어와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교수 한 명 외에는 큰 교류없이 홀로 연구를 이어간다. 모든 것을 오롯히 혼자서, 하다못해 사랑하던 가족과 연락까지 두절하고 그는 피조물을 창조한다. 피조물을 창조한 이후 프랑켄슈타인은 더더욱이 타인들과 심리적인 벽이 생겼으며 혼자 고립되어갔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사회적인 생활로 인해 감정이 요동쳐본 적이 별로 없었고, 또 자신의 의견과 대립되는 사람들과 부딪혀 설득하는 경험을 해본 적도 별로 없었을 것이다. 프랑켄슈타인은 그렇게 다양한 감정을 다스리는 연습도 설득하는 연습도 많이 해보지 못한다. 결국 피조물이 벌인 인들을 판사에게 설명할 때도 실패하였으며, 혼자 피조물을 찾아나선다.
프랑켄슈타인은 잉골슈타트 대학에서 화학이 가장 많이 발달한 분야라는 교수님의 말을 듣고 그쪽으로 자신의 분야를 정한다. 그리고 클레르발을 다시 만나기 전까지는 점점 더 과학의 분야에 집중해 나갈뿐 다른 분야에 대한 공부를 하지는 않았다.
점점 자신의 세상을 확장해나가던 오펜하이머와 축소해나가던 프랑켄슈타인은 정말 큰 차이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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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프랑켄슈타인과 오펜하이머는 닮은 점이 많았다.
내가 <프랑켄슈타인>을 읽으며 가장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은 프랑켄슈타인이 자신의 가족을 찬양하듯 바라보는 관점이었다. 왜냐면 찬양해 마지않던 사랑과 아름다움이 넘치는 환경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프랑켄슈타인은 타인에 대한 판단이 과도하게 많았고, 자신이 좋아하는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연민이나 사랑의 마음을 가지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오펜하이머는 완벽에 가까운 집에서 태어났지만, 유태인에 대한 편견이 가득한 시절을 살았다. 그의 어머니는 통제력이 심한 사람이었는데, 오랫동안 외동아들이었던 오펜하이머를 심하게 과보호했다고 한다. 오페하이머는 그런 어머니에게 아마 반감이 있었을테지만 그걸 드러내는 법은 없었다고한다. 이러한 모습은 그가 나중에 자신의 부인인 키티에 대한 태도에서도 보여진다, 키티가 여러가지 점에서 문제가 많다는 것을 지인들이 누구나 알고있었음에도 오펜하이머는 한번도 그것에 대해 키티에게도 뭐라고 한 적이 없다고 한다. 혹자는 오펜하이머가 자신의 삶을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싶었기 때문에 어머니와 부인에 의한 문제를 인정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관점으로 본다면 프랑켄슈타인은 오펜하이머보다 더 완벽한 집안에서 태어났기에 자신이 더 완벽하다는 이상향의 틀에 갇혀있었을 수 있겠다. 그는 자신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완벽하고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차있다고 여기고 그 외의 것들은 인정하지 않았을 수 있다. 그러한 과정에서 결국 비판과 구별을 강화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Yet my heart overflowed with kindness and the love of virtue. I had begun life with benevolent intentions and thirsted for the moment when I should put them in practice and make myself useful to my fellow beings. - Frankenstein
좋은 의도로 시작했던 일이 잘못되는 경우는 너무 많기 때문에 꼭 프랑켄슈타인에게 국한된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오펜하이머를 읽다보니 프랑켄슈타인과의 결정적인 차이가 여기서 발생한다. 오펜하이머는 물리학을 사랑하기에 시작했고, 많은 사람을 아끼고 배려하며 함께했다. 반면 프랑켄슈타인은 사랑과 친절이 넘치는 마음으로 인류에게 인류에게 공헌을 하고 싶어했지만, 그의 삶에 사람이 없었다.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없이 행해지는 일에 진정한 사랑과 친절이 있을리가 만무했었다고 생각한다. 프랑켄슈타인은 지나치게 목적 지향적인 사람이었던 것 같고 결국 그가 피조물을 창조하게 만든 것은 알 수 없는 광기인듯 하다.
나는 이런 생각들을 통해 프랑켄슈타인이 피조물에게 대하는 태도에 처음부터 사랑과 연민이 존재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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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프로메테우스는 자신의 창조물의 뒤처리에 나름 최선을 다한다.
프랑켄슈타인이 창조한 피조물은 과학 기술의 통제할 수 없는 위험성을 강조한 듯하다.
- 피조물이 창조된 것도 한 과학자의 광기에 의한 것이라고 밖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실 피조물을 뭐에쓰려 만든건지 아직도 의문이다.) 하지만 그는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했고 삶을 바쳐 피조물을 따라다니는 것으로 할 일을 다 했다.
반면 오펜하이머의 핵은 무기와 연료로서의 양면성을 지닌 가공할만한 에너지이다. 불의 양면성과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 핵무기는 당시 독일의 핵무기 개발이 얼마나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많은 사람의 합의하에 만들어낸 것이고 오펜하이머는 총 책임자이다. 세계 대전 이후, 미국내 핵 보유량이 증가하고 수소폭탄의 개발을 시작하려 할때 오펜하이머는 반대를 했고, 세계적으로 핵을 통제할 중앙기구 신설을 주장했다. 티비에 출연하여 핵무기의 위험성에 대해서 이야기도 하며 여론을 형성해나갔다. 핵을 만들려는 미국 정부와 오펜하이머의 충돌은 결국 청문회로 이어졌고, 오펜하이머는 공산당으로 몰리게 되며 많은 것을 잃는다. 하지만 그는 미국을 너무나도 사랑했고 떠나지 않았다. 그곳에서 그는 삶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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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인물의 이야기를 보고 이 피조물들을 창조한 과학자들만을 보며, 과학의 방종, 과학자의 윤리에 대한 문제들만 이야기한다면 이것은 우리와는 먼 누군가의 이야기일 것이다. 대부분은 이렇게 천재적이지도 않으며 다른 사람이 발명한 것들을 쓰는 입장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 두 창조물들이 창조자의 통제를 벗어나버리는데, 일조하는 것이 바로 세상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우리들이다.
피조물은 펠릭스나, 어린 소녀에게 선의를 가졌으나 돌아온 것은 혹독한 멸시였다. 그러한 세상 사람들의 냉대와 멸시가 그를 소외되게하고 점점 더 통제할 수 없는 에너지덩어리가 되게 만든다. 핵무기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것을 만든 과학자들의 의도와 무관하게 수많은 무기상과 정치가들은 핵무기 보유수를 늘려나갔다. 냉전시대를 준비해야하는 두려움과 핵무기의 위험성에 대한 두려움으로 국민들도 나뉘어 힘을 보탰다. 이 창조물들이 더 크고 광폭하게 변화해가는데 많은 사람들이 관여하고 있다. 창조물들이 스스로 자란 것이 아니라 환경의 영향을 받아서 성장해온 것이다.
과학의 이론 자체를 위험하게 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실은 이론 자체가 이미 씨앗이고 불꽃이지만 그것의 가치를 알아보는 이는 드물고 사용할 수 있는 사람도 한정된다. 우리가 양자역학에 대해서 상대성이론에 대해서 듣더라도 실생활의 어디에 쓰였는지, 또 어디에 사용해야하는지 알기 어려운 것과 같다. 오직 이 비밀을 이해하는 몇몇 사람들을 통해 세상에 조금씩 보여질 뿐이다. 하지만 이 과학이 기술과 만나는 순간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조금 더 많은 사람이 쉽고 삶에 더 와닿게 이해할 수 있게되기 때문이다. 더 실용화될수록 점점 과학기술이 진보하는 방향이 인간의 의도에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최근에 발명된 open AI는 대표적인 실용화된 과학이다. 우리는 이것이 어떻게 진화해나갈지 알 수 없다고 말하고 그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위험요소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미리 찾아낼수도, 하나하나 통제하기도 어렵다.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세계의 개인 하나 하나가 그 기술을 올바로 사용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이미 일년 반만에 어마어마하게 똑똑하고 거대해진 open AI는 인간의 언어들을 모두 취합하여 구조화하고 배워나가는 언어구조화 모델이다. 결국 open AI의 지성의 수준은 세상 사람들이 만들어낸 말들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 개개인이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인터넷 공간에 작성하는 것들도 좀 더 순화되고 정제된 생각들을 작성하는 것일 것이다. 이제 인터넷 공간이 단순한 무생물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라고 생각하고 이야기 하는 것을 고려해보아야 할 것이다. 또다른 어떤 방법이 open AI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고민해보아야할 것이다.
결국 이 두 권의 책이 나에게 준 교훈은...
과학과 기술이 발달한 이 세계에서 이들의 긍정적인 영향력을 더 키워나가기 위해
나는 이것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나는 이것을 무엇을 위해 사용할 것인가?
이들의 사용에 어떻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가?
를 고민해보아야한다는 것이었다.
#나를위한글쓰기 #원서모임브이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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